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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홀로 여행 세번째 - 지리산 둘레길 도보여행

by Madhwang 2009. 9. 20.
여행을 떠나기 전의 마음은 뭐랄까...상당히 복합적입니다.
낯선 곳에 대한 기대감, 설레임, 두려움...

이번 여행은 이전 두번의 여행과는 다르게 순전히 도보로 여행하는 것이기에 더했죠.

제주도 올레길은 알아도 지리산 둘레길이 있는지는 몰랐는데, 팀장님께서 귀뜸해 주셨고, 이리저리 찾아보다
여행 가고 싶은 마음 급발동!! ^^

렌트도 생각해보고 하다가, 당일치기로 변경
대충 계획은 금요일 밤차로 출발하여 토요일 아침부터 인월에서 걷기 시작하면 , 주천까지 약 24km이니..저녁때쯤 도착할 수 있어서 토요일 저녁에 버스타고  귀향 하기로 했습니다. 참...빡세지요..ㅎㅎ

암튼...쓸떼없는 말은 여기서 줄이고..
19일 토요일 저녁 23시 56분 동서울에서 지리산 백무동행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지리산 가시는 분들...참 많으시더군요.
55분,56분,57분,0시 0분...이렇게 4대가 거의 동시에 출발했습니다.

가는 동안은 좀 자둬야 하는데..옆에 앉으신 아저씨께서 약주를 좀 하셔서..너무 기대시는 바람에 잠을 거의 못잤습니다.
다행히 중간에 휴게소에서 부터는 안기대시더군요. 그래서 1시간정도는 대충 자다 갔습니다.

새벽 3시. 버스 기사님의 '인월'입니다. 라는 말씀에 잠시 쉬었다 가겠지했는데..
왠걸요..몇몇분 내려 드리고 급히 출발하시는것이...흐미...잘못하면 못 내릴뻔 했습니다.

시외버스 터미널앞 지리산 산장에서 4시간 정도 자고 라면과 햇반으로 아침을 때우고 드디어 출발.~

날씨 참 좋죠?

우선 지도를 구하기 위해 지리산 둘레길 안내센터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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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센터 앞에서.


벼도 거의 다 익은 듯 하고..

고추도 말리고 있고~




둘레길에는 갈림길 마다 이런 표시가 있습니다. 빨간색 방향이 금계 방향, 검은색이 주천/운봉 방향.
여간 고생하는게 아니다 싶어 한마디 해주고 왔습니다.
"네가 참~고생이 많다~ 계속 수고해라~"


좀 어둡게 찍혔네요.
이길로 들어오기전 길을 잘못 들어 길도 없는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새가 퍼득이며 날아가는 소리에도 왕놀라 무서워 죽을뻔한 황군. 나중에는 길이 없어져서 무지 고민하다가, 위성에서도 보이는 길이 이길이 아니다 싶어 유턴.
되돌아 와보니 갈림길에서 좀 전 나무 표지판이 있었는데..그걸 못보고 지나쳐 버렸네요--;
















아..초점 흔들렸다..

길마다 이런 표시가 있습니다



요게 뭔지 아시는 분?
중학교때 까지만 해도 서울에 꽤 있었는데...그 이후로는 제작년에 출근길에 길에서 마주친게 전부였죠.
길가 화단에 놔줬는데..잘 살았으려나...

^^; 암튼...요 녀석 '땅강아지' 입니다. 앞발로 땅을 파고 들어가서 집을 만드나 그럴겁니다
손에 올려놓으면 기어갈때 마다 손이 간질간질 하면서도 따끔한 것이 재미있죠.

차가 다니는 길에서 방황하고 있길래, 흙밭에 던져주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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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 송흥록,국창 박초월님의 생가라네요. 사진은 별로인데 직접보면 참 아늑하기...운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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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 대첩비지...설명하자면 길고...안내문까지 찍어왔으니 패스~
시멘트 길을 걷기도 하고 도로를 걷기고 하고 이런 길을 걷기도 합니다.
앞만 보고 걷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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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면...또 다른 느낌이네요 ^^

등산도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의 느낌이 다르고, 도보여행도  앞만보고 가는 것과 왔던 길을 되돌아 보는 느낌이 다른 것이..
인생과 별 반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면...그 당시는 웃었지만, 지금은 울게 있을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으니까요.

여담이지만 등산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어차피 올라갔다 내려올 거 뭐하러 올라가요?'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하죠.
'그럼 왜 그렇게 아둥바둥 사세요? 어차피 죽을꺼?' 제 답이 너무 쎈가요? ^^

계속 고고~
제가 일찍 출발해서 인지, 저와 같은 방향으로 가시는 분들은 뵙지 못했습니다.
반대쪽에서 오시는 분들만 볼 수 있었습니다.

서로 마추치면 인사하고, 길도 물어보고, 사진도 찍어달라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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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도 날아가는 새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FZ-10 의 12배 광학줌과 광학 손떨림 보정 기능이 아니었다면, 이렇게라도 잡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아직 카메라 기기 변경을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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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고고~
아니 이것은!!!
계단을 내려가는 중 발을 내딛고 뭔가 시커먼 것이 보여 아래를 내려다 보니...흐미~
내딛은 발 바로 뒤에 뱀 한마리!
지리산에 많이 사는 누룩뱀 또는 밀구렁이 라고 하네요

이게...성깔 있는 살모사등의 독사였다면...
지나치고 나서 아찔해진 황군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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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예전에 북한산에서 하산길에 왼쪽 무릎에 통증을 느낀 후 등산 후 하산하는 길이면 어김없이 왼쪽 무릎이 아팠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없더군요.
무릎 보호대까지 하고 갔는데...너무 무리했나 봅니다.

주천에 도착하니 2시 30분, 간단히 냉면먹고 3시 10분에 버스타고 3시 30분에 인월 시외 버스터미널 도착
고속버스를 탈까하다고 혹시나해서 시외버스터미널에 가보니 3시 35분 동서울행 버스가 있길래
바로 표를 사고 귀향~

힘들었지만 걷는내내 제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습니다.
햇빛은 따가웠으나 바람이 시원하게 해줘서 땀도 많이 나질 않았구요
당일 치기 일정이 아니라면 같이 걸었으면 좋았을 법한 사람도 생각해 보고..^^

다른 길은 모르겠지만, 제가 갔던 인월~주천 구간에는 화려한(?) 볼거리는 없습니다.
그냥 시골길을 걷고, 지리산 자락을 등산하고...

걷기와 등산을 좋아하시는 분께는 즐거운 여행이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여행이 아니라 극기훈련이 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인월~주천 구간을 하루 일정으로 가는건 무리인 듯 하고
토요일 첫차로 인월에 가서 아주 천천히 걸어서 운봉 쯤에서 자고, 일요일에 주천에 도착해서 올라오는 것이 가장 적당할 듯
하네요.

11월쯤에는 좀 여유롭게  반대 방향인 인월~금계로 가봐야 겠습니다. ^^
벌써부터 기대감 만땅~ ^^